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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손 (Edward Scissorhands, 1990년)추억의 콘텐츠/어린이·청소년 영화 2021. 6. 14. 09:00728x90반응형
형형색색으로 포장된 미국의 중산층 마을 한구석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괴 하고 어두운 성이 있다. 그 성에는 인간이라고도 기계라고도 말하기 어려운 존재가 바깥세상과 차단된 채 살고 있다. 그의 이름은 에드워드(조니 뎁). 성에서 홀로 지내던 한 발명가가 죽기 전에 창조한 에드워드는 불행하게도 인간의 손이 아닌 무시무시하게 뻗은 가위손을 지녔다. 마을에서 화장품 외판원을 하던 펙이 우연 히 성을 방문하고, 마음씨 좋은 그녀 덕분에 에드워드는 처음으로 성 밖으로 나와 펙의 가족과 지내게 된다. 이 낯선 존재의 출현은 마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에드워드는 어느새 마을의 스타가 된다. 사람들의 천박하기 짝이 없는 관심 속 에서도 묵묵히 인간의 일상에 적응해가던 에드워드는 서서히 펙의 딸 킴에게 사랑을 느낀다.
창백한 얼굴, 우는지 웃는지 구분하기 어려운 피에로 같은 표정, 부스스하게 펼쳐진 머리카락, 그리고 거대하게 뻗은 차디찬 가위손. 팀 버튼이 만든 이 기괴한 형상의 남자는, 아니 그를 연기하며 그와 묘하게 동일시 됐던 조니 뎁은 한동안 공포와 연민을 한꺼번에 불러일으키는 타자성의 아이콘이었다. 인간적인 심장을 가지고 있으나, 인간이라고도 기계라고 도 말하기 어려운, 인간의 과도한 욕망이 창조한 불행한 운명. 말하자면 가위손 에드워드는 우리 시대의 프랑켄슈타인이다 팀 버튼의 판타지 속 주인공들은 대개 세상의 획일화된 시선 안에 서 ‘비정상'으로 규정되는데, 팀 버튼은 이 ‘비정상성’을 육체적인 변형을 통해 형상화해왔다. 잘린 신체, 꿰맨 자국이 선 명한 상처, 뭉개진 얼굴 등은 팀 버튼이 사랑하는 이미지이며, 그는 이런 괴상한 형상의 눈에 비친 세상을 그리거나 반대로 이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을 다루기를 즐긴다. 조롱과 냉소, 조울증의 리듬으로 음울한 기운 안에서 동력을 얻는 팀 버튼의 세계에는 줄곧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댄다. 그는 삶보다는 죽음에서 영화적 활기를 얻는 감독이다. 눈 오는 밤 할머니가 손녀에게 정겹게 들려주는 옛이야기로 문을 여는 영화는, 실은 알고 보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잔혹한 동화다. 그 동화가 시작되자, 지나치게 병적으로 밝고 깨끗해서 마치 인공적인 세트장처럼 보이는 백인 중산층 마을이 등장하고, 머지않아 마을 한 쪽 편에 흉물스럽게 위협적인, 마을과 정반대의 분위기를 지닌 오래된 성이 보인다. 분명 마을 안에 존재하지만, 마을에 결코 속할 수 없는 성의 형상은 이후 출현하게 될 '가위손’의 정체성과 그가 이 마을 안에서 갖게 될 위상을 상징적으로 이미지화한다. 처음에 이 낯선 존재에 대해 사람 들이 보이는 태도는 과도한 호기심이다. 그것은 타자를 마을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환대가 아니라, ‘비정상적인’ 대상에 대한 선정적인 궁금증에 불과하다.〈가위손〉은 그 호기심이 얼마나 금세, 별다른 과정 없이도 증오로 돌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를테면 마을의 정원을 가꿔주고 사람들의 머리를 손질해주며 귀하게 대접받던 가위손이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을 해치는 칼로 여겨지며 추방의 대상이 되는 식이다. 가위손은 언제나 같은 가위손이었고 에드워드는 동일한 에드워드였지만, 사람들의 편향된 인식이 그것의 기능을 규정하고 거기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마을의 집단적 호기심의 대상이 었던 이 타자가 마을의 집단적 불안을 해소시키는 희생양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므로〈가위손>의 가장 큰 슬픔은 가위손과 소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아니라, 타자에 대한 값싼 동정, 표피적인 감상보다는 차라리 무관심이 그를 적어도 덜 불행하게 했을지 모론다는 냉소적 깨달음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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