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와의 조우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1977년)

세계 각지에서 미확인 물체 'UFO'가 목격된다. 특히 미국 와이오밍 주의 로이(리처드 드레이퍼스)와 질리언(멀린다 딜런)은 좀 더 특별한 경험을 한다. 지근거리의 UFO가 발한 섬광에 노출된 로이는 이후 외계 물체 자료 수집에 광적으로 몰두하고, 질리언은 아들이 사라지는 일을 겪은 것, 게다가 이들은 이상한 산 모양의 형상에 사로잡힌다. 그곳은 바로 미국 정부가 외계인과 교신하기 위해 극비리에 기지를 건설한 '데블스 타워'다. 한편 일군의 과학자들은 외계인들과 접촉하기 위한 수단을 찾느라 여념이 없다. 프랑스의 과학자 라콩브(프랑수아 트뤼포)는 음악이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임을 발견하고 음악 코드를 개발하는데 전력을 기울인다. UFO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라콩브는 음악으로 교신을 시도한다.

 

미지와의 조우 공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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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화면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엄청난 스케일의 화면 구성

 

미지와의 조우를 극적으로 표현한 상징적 장면

 

스티븐 스필버 그는 대성공작 <이티,1982> 이전에 이미 외계인이 등장하는 뛰어난 영화를 만들었다. <미지와의 조우>가 바로 그 영화다. 원제인 '제3종 근접 접촉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은 UFO 혹은 외계인과의 만남을 뜻하는 미국 공군의 군사 용어로, 스필버그는 이 영화를 통해 인간과 외계인의 만남을 주선한다. 이미 스필버그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UFO를 다룬 학생 영화 <불빛, 1964>를 만들었을 정도로 외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달랐다. 이는 <미지와의 조우>에서 외계인을 묘사하는 스필버그의 연출 방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미지와의 조우>가 등장하기 전가지 영화에서 다뤄진 외계인의 이미지는 부정적인 것이 다수였다. 불시에 지구를 침공해 지구인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달갑지 않은 방문자이거나 인간을 위협하고 도시에 위해를 입히는 파괴적인 면이 압도적으로 부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필버그가 묘사하는 외계인은 지구에 적대적이지 않다. 인간들 역시 마찬가지여서 불빛이 반짝이는 UFO가 하늘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호기심을 갖고 이 광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리싸움을 벌인다. 다시 말해, <미지와의 조우>는 서로에게 우호적인 외계인과 지구인이 조우하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각자의 언어를 알아들을리 없는 이들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음악이다. 이는 폭력으로 야기되는 과학의 경쟁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친근감을 감정을 통해 강조하려는 태도가 드러난 결과다. 컴퓨터를 이용해 음악으로 UFO에 말을 거는 설정은 사실 스필버그의 가족 관계가 깊은 영향을 끼쳤다. 아버지가 컴퓨터 과학자이고 어머니가 음악가인 스필버그는 어려서부터 외계인과 음악으로 대화를 나누는 공상을 자연스럽게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작 <죠스, 1975>의 성공 이후 작품 결정권을 갖게 된 스필버그가 <미지의 조우>를 선택한 이면에는 자유로운 가정환경에서 어릴 때무터 키워온 상상력이 큰 구실을 한 것이다.

 극중에서 외계인의 감성은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지막 장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외계인의 형상이 인간의 꼴과 무척 닮아 있는 건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여덟 살에서 열두 살 사이의 여자 아이들이 외계인 분장을 했다. 지금 봐도 <미지와의 조우>가 혁신적인 작품으로 느껴지는 건 외계인을 인간 친화적인 존재로 묘사한 영화가 드물기 때문이다. 최근에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외계인을 내세운 <황당한 외계인:폴, 2011>이라는 작품이 큰 인기를 모았는데, 이 영화에서도 <미지와의 조우>의 특정 장면이 인용될 뿐 아니라 스필버그가 외계인과 전화 통화를 나누는 인물로 특별 출연까지 했다. 비근한 예에 불과하지만 <미지와의 조우>는 훗날 SF영화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역사적인 작품이다.

 

 

황당한 외계인 폴 예고편 (Paul)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 Trailer (1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