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King and The Mockingbird (왕과 새, 1980년)추억의 콘텐츠/어린이·청소년 영화 2018. 3. 25. 14:17728x90반응형
[내용 요약]
광대한 타키카르디아 왕국엔 괴상한 왕이 산다. 그는 '샤를 5+3=8+8+16세'라는 항당한 이름에 사팔눈을 한 우쓰꽝스러운 폭군. 사팔뜨기라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해 마음까지 삐뚤어졌다. 거스리는 이들은 지하 함정에 빠뜨려버리기 일쑤. 그런데도 신하들은 박수 치며 아첨만 한다. 왕은 백성들을 혐오하며 왕국의 제일 높은 곳에 살고, 백성들은 그를 혐오하며 지하에 산다. 어느 날 왕보다 더높은 곳을 나는 새가 등장해 사사건건 왕을 비웃는다. 불쾌해진 왕은 그림을 모아놓은 비밀궁정에 들렀다. 자기 초상화에 그려진 사팔눈을 고치는데, 그날 밤 그림에서 빠져나온 자신에게 제거당한다. 멀쩡한 눈의 가짜 왕은 더욱 괴팍해 아름다운 양치기 소녀와 결혼하겠다며 그녀를 괴롭힌다. 새는 양치기 소녀와 연인인 굴뚝청소부 소년 편에 서서 그들을 돕는다.
728x90정체성에 관한 심오한 철학을 담은 <왕과 새>는 프랑스 애니메이션 거장 폴 그리모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으로, 가장 프랑스적인 애니메이션으로 추앙받는다. 프랑스의 유명 시안 자크 프레베르가 각본을 쓰고, 100여 명의 프랑스 예술가들이 제작에 참여했으나 과도한 제작비, 제작자와의 마찰 등으로 인해 미완성으로 남았다. 1952년 그 상태로 공개됐는데도 베니스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으니, 그 명성을 짐작할 만하다. 1980년 폴 그리모가 리메이크를 해 지금 많은 이들이 보는 <왕과 새>는 그 디렉터스 버전인 셈이다.
폴 그리모의 실랄함은 매 순간 빛난다. 사팔뜨기 와은 곳곳에 자신의 조각상을 세워놓은다. 공장에서는 왕의 얼굴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광경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모든 것을 지배하려는 과도한 권력욕을 고스란히 전시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왕의 초상화에 사팔눈을 사실적으로 글 넣은 화가는 당연히 살아남지 못한다. 못난 왕은 경계심도 많다. 다니는 모든 길목, 머무르는 모든 장소에 숨겨진 함정을 만든다. 그런 왕을 제거한 이가 초상화에 튀어나온 자기 자신이라니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가짜왕도 왕이라고 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에게 자신보다 더 높은 곳에서 유유자적 날며 양치기 소녀의 탈주를 돕는 새는 눈엣가시다. 하지만 새는 마지막 까지 하늘을 날며 왕을 골탕 먹인다. 완전히 '새 된'왕. 자유는 영원히 억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왕이 강제 결혼하려는 양치기 소녀와 연인인 굴뚝청소부 소년은 폭압에 저항하는 민중을 대변한다. 저항을 도모한건 그들만이 아니다. 왕의 조종을 받아 악행을 일삼던 거대한 로봇이 영화 말미 스스로 왕을 하늘로 날려버리고 폐허가된 궁전 위에 주져앉는다. 로댕의 조각상 '생각하는 사람'처럼 앉은 로봇에게선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는 고뇌가 읽힌다. 대사나 기계음 없이도 로봇의 생각이 들리는 듯한 이 장면을 비롯해 숱한 장면들이 후대 애니메이터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대표적인 인물이 지브리 스튜디오의 공동 설립자 다카하오 이사오. 그가 중학교 때 폴 그리모의 <왕과 새, 1952년>를 보고 애니메이션을 했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미야자키 하야오도 영향 관계를 고백한 바 있다. 삼촌과 강제로 결혼해야 하는 소녀를 구햐는 명탐정 루팡의 이야기 <루팡3세-카리오스트로의 성,1979년>, 신비한 목걸이 때문에 쫓기는 소녀와 구름위의 거대한 비밀 제국, 로봇 병정들이 등장하는 <천공의 성 라퓨타, 1986년>를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실랄한 비판 정신과 멋진 은유, 유연한 유머 감각과 더불어 원색의 컬러들과 강한 선으로 그려진 캐릭터, 현대 회화나 그래픽 디자인을 연상시키는 왕국과 지하 세계의 이미지들이 눈을 더 즐겁게 한다. 세월이 갈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는 명화 같은 애니메이션 이다.
2018/03/28 - [추억의 콘텐츠/어린이영화] - The Litte Mermaid (인어공주, 1989년)
2018/04/09 - [추억의 콘텐츠/어린이영화] - Monsters, Inc (몬스터 주식회사, 2001년)
728x90반응형'추억의 콘텐츠 > 어린이·청소년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Princes et princesses (프린스 앤 프린세스, 1999년) (0) 2018.03.25 The Wizard of OZ (오즈의 마법사, 1939년) (0) 2018.03.25 To be and to have (마지막 수업, 2002년) (0) 2018.03.24 Matilda (마틸다, 1996년) (0) 2018.03.24 White Mane (백색 갈기, 1953년) (0) 2018.03.24